[오크밸리] 오크 5번홀 홀인원 탄생
- 작성일11.03.31 조회수9,169
- 첨부파일
본문
<골프 이런 일 저런 일...>
남편 말 안들었더니 홀인원 행운이...
부부모임 취소하고, 대타 라운드서 홀인원 하고 보험 축하금도 타고...
오크밸리 60대 여성골퍼 29일 홀인원 기록
행운은 ‘잡는 것’이 아니라 ‘얻는 것’이다. 수많은 일화 중에 어부지리로 행운을 얻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친구 따라 오디션에 갔다가 연예인이 되었다는 톱스타들의 사례처럼 행운은 우연히 찾아온다. 그래서 행운을 잡는다는 표현보다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얻는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억측을 부려본다.
지난 29일 오크밸리 골프장에서도 행운을 얻은 골퍼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예정된 라운드가 아닌 다른 예약자가 펑크 낸 자리에 대신 라운드에 나섰던 60대 여성 골퍼가 홀인원의 행운을 안았다. “하하... 참...” 그저 웃음만이 그 예상치 못한 행운을 표현할 수 있는 전부인 것처럼 연신 웃는다. 그 벅찬 행운의 주인공은 박인숙 회원(60). 더욱이 500만원의 홀인원 보험 축하금까지 받았으니 그 기쁨은 두 배이다.
박 회원의 홀인원은 모든 것이 계획된 시나리오처럼 잘 짜맞춰져있다. 홀인원 당일 부부동반 중요한 모임을 취소하면서까지 대타로 라운드에 참석한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부부싸움까지 감내하면서 라운드에 나섰다. “뭔지 모르겠다. 왜 그렇게 가려 했는지. 다녀와서 더 큰 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꼭 가고 싶었다”
결국 홀인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고, 남편은 이날 라이온스클럽 감사로 선임되는 겹경사의 행운을 안았다. 더욱이 다음 달부터 특판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되는 홀인원 보험까지 미리 가입해두어 축하금까지 받았으니, 잘 짜여진 각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원도 산신령이 불렀나 보다”라는 동반자들의 축하 인사마저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 라운드에 나섰기에 박 회원의 이날 컨디션이 좋을 리는 만무. 엉망인 스코어로 전반 라운드를 마치고, 후반 오크코스 5번홀(파3, 134야드) 역시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전혀 예견치 못한 채 티잉그라운드에 섰다. 그러나 좌측 벙커를 피해 오른쪽을 보고 우드 9번으로 친 볼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믿기지 않는 진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그 불편했던 심기는 눈 녹듯 녹아버렸다.
홀인원 소식을 접한 남편의 반응은 ‘왜 일을 저지르고 다니냐’는 핀잔이 돌아왔지만, 그 속내에는 부러움과 기쁨이 함께 녹아 있다. 남편은 아직 홀인원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부인 박인숙 회원은 벌써 두 번째이다. 2007년 천안 버드우드CC에서도 홀인원을 경험한 바 있다.
구력 10년 차인 박 회원은 “홀인원은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홀인원이 ‘행운이다, 실력이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운명인 것 같다“고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평소 실력은 90타대. 한 달에 한두 번 골프장에 나가는 정도의 평범한 골퍼이다. 체구에 비해 자타공인 유연성이 돋보이는 스윙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아이언의 손맛에 골프 치는 재미가 새롭다는 박 회원의 소원(?)은 이글을 잡는 것. 홀인원이 행운이라면 진짜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이글을 기록하고 싶다고 작지만 큰 골프소원을 밝힌다.
“남에게 베풀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그의 지론. 그 성실함과 배려가 남들은 어렵다는 홀인원이라는 행운을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원천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홀인원을 하면 재수가 좋다는 말보다도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이 더 좋다”는 무욕과 “골프보다는 고스톱이 더 좋다”는 소박함,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들의 정겨운 모습이 그려진다. 홀인원이라는 상이 마땅한 주인을 찾은 느낌이다.